본문 바로가기
Africa/Madagascar

[D+68] N: 마다가스카르 안치라베에서 모론다바까지 탁시부르스의 끝없는 여정 / 14시간의 고행길

by Getachew 2017. 9. 13.

이유부부 세계일주 D+68

20th.Jul.2017. At Morondava, Madagascar




오늘은 하루종일 이동해야 하는 날.

아침부터 벌써 한 걱정이다.


타나에서 안치라베로 이동하며 탔던 탁시부르스를 타고 12시간을 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엉덩이가 벌써 아프기 시작한다.


타기도 전에 시름시름 앓는 소리를 하는 나를 위해

M은 다행히 하시나호텔 리셉션을 통해 벤츠봉고에 좌석도 운전사 옆으로 얻어내는 쾌거를 이뤄냈다.

히히 

 호텔까지 픽업을 와준다고 하니 서둘러서 터미널로 가지 않아도 되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어차피 그 탁시부르스는 버스터미널로 가야하는 거였고, 가는 길에 우리를 픽업해준 것일 뿐이었고,

우리는 터미널에서 한시간 이상을 하염없이 기다려야 했던 것이었다.ㅋㅋ)


버스터미널 도착!!

포장도 되지 않은 흙바닥에 대충 세워보이는 건물들.

많이 낡았지만 저마다 회사명을 내세우고 영업을 하고 있다.






아침 일찍인데도 사람들이 많고 분주하다.

배가 고파서 뭔가 사먹을까 했지만 장시간 이동에 길거리 음식은 절대 금물이었다.

오줌병(?)이 있는 나때문에 M은 늘 내 걱정뿐이다.






오늘 어디론가 출발할 차들이 줄지어 서있다.





그 사이 제일 바쁘게 오고가는 릭샤꾼들.






나는 왠지 밖으로 나가고 싶지 않아서 차 안에 멀뚱멀뚱 앉아있는데 아저씨가 문을 열더니


"거기 아가씨 내려도 돼"





"싫어요 여기 있을거예요"





차 안에만 앉아있는 나를 보더니 M은 아직 여행자의 자질이 부족하다며 혀를 찼다.


"나는 그냥 여행자의 아내로 살아갈거야~"



사람들이 조금씩 모이더니 각자 가져온 짐들을 차 지붕 위에 싣기 시작한다.

싣고 있는 짐을 보고 있자면 참 재미나다.

새로 산 티비나 냄비 그릇, 보자기 속에 꽁꽁 싼 달걀, 소쿠리에 갇혀있는 닭,

어쩔때에는 어린 송아지까지 싣고 간다고. ㅜㅜ

기절초풍할 광경이 아닐 수 없다.




탁시부르스 지붕에 올라가는 우리 배낭



과연 뭐가 실릴까 기대하던  M은 송아지를 싣지 않자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불쌍해 그러지마~ㅠㅠ

(나중에 지나가는 탁시부르스 위에 실린 송아지를 봤다는 슬픈 사실)


이른 아침부터 참 분주한 버스터미널.





M이 지금껏 여행한 곳 중 세 손가락 안에 꼽힐만큼 가난하다는 이 곳.

화려한 도시보다 시골여행이 좋다는 M은 이런 곳만 다니고 싶다고 했다.








짐을 싣기만 한 시간 째.

이제 출발인가?





끝없이 펼쳐지는 산과 들, 논 

혹은 다시 들, 논, 산.

그리고 또 논, 산, 들.

ㅋㅋㅋㅋ





자다깨다를 반복.

안치라베에서 멀어질수록 날씨는 점점 더워진다.





중간에 잠시 들른 마을에서 점심과 저녁 사이의 애매한 식사를 한다.








옆에 사람이 시키는거 따라 시킨 닭볶음탕 같은 현지 음식.

난 거의 먹지 않았다.

(아마도 저 음식을 먹고 M은 3일동안 설사를 했더랬지ㅋㅋ)






차를 격히 아끼는 드라이버 아저씨는 바퀴 점검 중이다.





지쳐버린 나.





밥을 먹자마자 다시 출발~

다시 시작된 산, 논, 들.

논, 들, 산

들, 산, 논

...





10시간 째 이동 중.

어느덧 해는 지고 있는데 도착할 기미는 전혀 없고,

반복재생하듯 황금빛 논두렁만 몇 시간 째 계속되고 있다.








나는 그만 넋이 나가고 만다.





비포장도로는 아니지만 도로 중간중간에 꺼진 홀들이 많아 제대로 속력을 낼 수 없다.

우리 기사아저씨는 다행(?)스럽게도 꺼진 홀들이 없는데도 안전운행을 하고 있어 더 속력이 나지 않는다.


더위에 지치고 배고픔에 지친 나는 너무나도 힘이 듭니다.





여기저기 마을에 서서 사람들을 내렸다 태웠다 반복하느라 더 늦어진 버스.


해는 뉘엿뉘엿 넘어가고,

어느덧 깜깜해져버린 밤.


출발한 지 열두시간이 넘었는데,

언제까지 달려야 모론다바에 도착할 수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