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부부 세계일주 D+67
19th.Jul.2017. At Antsirabe, Madagascar
이제는 알람이 울리지 않아도 오전 7시면 눈이 떠진다.
내가 눈을 뜨고 M을 쳐다보면 M은 언제나 먼저 일어나 내가 깨기를 기다리고 있다.
오늘은 탁시부르스를 타고 4시간을 달려 안치라베까지 이동하는 날.
마다가스카르를 방문하는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타나-안치라베-모론다바의 일정을 계획한다.
바오밥나무를 보기 위해서는 모론다바라는 도시에 가야 하는데,
수도인 타나(안타나나리보의 별칭)에서 모론다바까지는 탁시브루스를 타고 16시간을 가야 한다 .
탁시부르스는 봉고 크기정도의 버스인데 빈틈없이 사람들을 구겨넣어 콩나무시루처럼 꽉 찬 상태로 가게 된다.
모 블로그에 따르면 뒷좌석에서 봉지를 잡고 토하는 현지인들도 있고,
그러면 냄새가 쭉 차 안에 퍼지는데 창문도 마음대로 못열어서 몹시 괴롭다는 둥
3명 자리인데 4명씩 앉아 엉덩이가 끼어 불편한 자세로 10시간 이상 가야 한다는 둥
과연 우리가 잘 탈 수 있을까 싶은 글들이 많았다.
체력이 좋은 여행자들은 한 큐에 16시간을 가겠지만 우리는 저질체력의 소유자들이므로
중간 지점인 안치라베에서 하루를 보내기로 했다.
물론 안타나나리보에서 모론다바까지 비행기도 있지만 에어마다가스카르 항공사가 거의 독점하는 노선으로,
편도 가격이 1인당 25만원 정도.
배낭여행자들은 쳐다도 볼 수 없는 가격이라 선택의 여지 없이 탁시부르스를 타게 되었다.
숙소를 나와 택시를 잡으려는데 저 멀리서 택시기사들이 한꺼번에 우리에게 달려온다.
달리기를 잘하는 1등 택시기사가 우리를 잡았다.ㅋㅋ
마다가스카르는 아프리카 나라이지만 인도양에 위치하고 있어
예전부터 동남아시아 쪽의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지역에서 많은 사람들이 넘어와 거주했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아프리카에서 이주한 사람들과 혼합되어 말라가시가 형성되었다.
말라가시는 마다가스카르인을 칭하는 말.
그래서 겉으로 보기에도 아프리카 사람들같지가 않고 약간 동남아쪽 필이 나는 흑인 느낌이다.
그래서 그런지 다른 아프리카 나라들에 비해 좀 덜 무섭기도 하고,
아직은 많은 여행객들이 찾지 않는 나라라 그런지 사람들 얼굴에 웃음과 선함이 묻어 있다.
버스터미널에 도착하자마자 또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든다.
저렇게 택시가 버스정류장으로 진입하자마자 호객꾼들이 들러붙는다.
이것은 마치 엄청난 경호를 받고 있는 고위인사 또는 유명인이 된 기분이다.
서로 자기네 탁시부르스를 타라고 알 수 없는 말라가시어로 얘기한다
“우리는 지금 당장 출발하는 안치라베 탁시부르스를 탈거야.”
그러니 안치라베 안치라베를 외치며 사람들로 가득찬 한 빨간색 낡은 봉고차를 가리킨다.
우리가 타고 갈 탁시부르스이다.
이미 가득 차서 더 이상 들어갈 수가 없을거 같은데 두 자리가 있다고 한다.
안을 들여다보니 사람들이 몸을 접어 옹기종기 앉아있다.
(찌그러져 있다는 표현이 더 나을지도...)
그리고 동양인을 처음 보는지 연신 쳐다보며 신기하게 웃고 있다.
M: “이거 지금 출발한다는데 탈 수 있겠어?”
N: “아~니!”
내가 분명 아니라고 했는데 어느새 내 몸이 반으로 접혀 사람들 사이에 찌그러져 있다.
속으로 세어보니 갓난아기, 운전자를 포함해 22명이 이 작은 봉고에 타 있다.
사실 3명이 타야하는 한 줄에 기본 4명이 타고,
어린애들은 한 자리에 둘셋씩 안고 타고,
아기엄마도 아기를 안고 타고,
자리가 없는데 마주보고 태우고,
정말 신기한 경험이 아닐 수 없다.
출발하려는 찰나 운전기사는 2명을 더 태운다. ㅋㅋㅋㅋㅋㅋ
이제 24명이 되었다. ㅋㅋㅋㅋㅋㅋ
내가 몸집이 작은 것에 감사하게 되는 순간이다.
작은 휴게소에 들릴 때마다 저마다 바구니에 땅콩, 파인애플, 떡같은 간식거리를 가져와 창문을 비집고 들이민다.
아침도 못먹은 우리는 80원짜리 떡 비스무리하게 생긴 빵을 하나 사서 나눠 먹었다.
가는 길 누군가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하면 차를 세워주는데,
그 곳에 화장실은 없다. ㅋㅋㅋ
귀요미 꼬마가 눈치보며 볼일을 보는 사이 나는 빨간 봉고차앞에서 포즈를 ㅋㅋㅋㅋ
다시 몸을 접은 채로 4시간 정도 달리고 달린다.
가는 길에 보이는 풍경들.
온통 황금빛이다.
흔한 시골길 풍경이 쭉 펼쳐지는데 어딘가에서 많이 보던 익숙한 풍경인 것 같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라오스에서 보던 풍경과 비슷한듯 하다.
같은 프랑스 식민지라서 그런가?
드디어 안치라베에 도착했다.
키 187cm의 M은 두 번 정도 접었던 몸을 삐걱대며 필 수 있음에 감사했다.
내 옆에 앉아있던 10살 정도의 귀여운 꼬마 여자아이는 나를 수줍게 쳐다보며 손을 잡고
“웰컴 투 안치라베”라고 말하며 얼굴을 붉힌다.
귀여워.
그 여자아이의 엄마는 영어를 아주 조금 할줄 알아 오는내내 우리를 신경써주면서
통역같지 않은 통역도 해주고 자리가 좁다면 자기 옆에 앉으라고 말해주었었다.
어차피 그 자리도 좁아 앉지는 않았지만,
안치라베에 도착해서는 우리가 말이 통하지 않는 릭샤기사와 얘기하는걸 내내 지켜봐주고 작별인사도 잊지 않고 해주었다.
마음이 따뜻해 지는 순간이었다.
숙소까지는 릭샤를 이용해야 했다.
배낭이 무거워 M과 나는 따로 릭샤를 탔다.
그러고보니 이 나라에도 릭샤가 있군!
역시 아프리카같지가 않아.
인도와 동남아 사이 어드메에 있는 나라 느낌이다.
20분정도 달려 기분좋게 숙소에 도착했는데 오는동안 친절했던 릭샤기사는
원래 가격보다 4배를 달라고 하여 M의 기분을 몹시 안좋게 만들었다.
40000아리아리를 부르는 릭샤아저씨를 향해 10000아리아리를 던지듯 줘버리고
(너무나 통크게 사기치려는 사람을 보면 M은 말도 안섞고 돈을 던지듯 줘버린다.ㅋㅋㅋ)
뒤도 안돌아보고 들어와버렸다.
멋...멋지다 내남편...
숙소는 하시나 호텔.(Hotel Hasina)
나름 블로그도 찾아보고 했는데 정보가 별로 없어서 그냥 일단 찾아가봤다.
숙소는 생각보다 깨끗하고 좋다.
위치도 괜찮고 가격도 나쁘지 않다.
와이파이도 이 나라 치고는 괜찮은 편.
가격은 욕실 포함된 더블룸이 45000아리아리.
M이 흥정해볼려고 했는데 안되더라.ㅎㅎ
밀린 빨래들을 맡기고 아침도 못먹은 허기진 배를 부여잡고 시내를 향해 나섰다.
열심히 달리는 릭샤아저씨들, 길거리에서 뭔지 모를 무언가를 열심히 파는 상인,
익숙치 않은 동양인을 슬쩍슬쩍 훔쳐보는 신기한 눈빛들이 그냥저냥 편안하고 정겹다.
(다른 아프리카 나라들에서는 무서웠는데 여긴 뭔가 편안하다)
사이클릭샤가 아닌 그냥 릭샤꾼들이 아직도 남아있는 나라.
나름 마다가스카르 메이커같은 상점, 다른 도시에도 있었다.
원래 처음 도시를 방문하면 경계심을 갖고 다니는데 여기에서는 왠지 그러지 않아도 될것 같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
점심을 먹으러 트립어드바이저에 소개된 안치라베 맛집 ”Chez Jenny”에 방문!
여기에선 소를 제부라고 부르는데 어제 타나에서 처음 먹었던 제부맛이 좋아 또 제부스테이크를 주문했다.
나쁘지 않았지만 그리 맛있지는 않았다. ㅋㅋㅋ
음식 두 개에 맥주까지 해서 4만아리아리정도 나온거 같다.
여기 물가 치고는 비싸게 먹은듯하다.
여행자용 레스토랑은 이 정도 물가이구만!
레스토랑을 나와 시내를 둘러본다.
8살정도의 되어보이는 남자아이가 더 작은 여자아이를 업고 우리에게 다가온다.
내가 들고 있는 과자를 가리키며 손을 내민다.
프레고(Frego)라고 하는 과자인데 꽤 맛있다는 블로그를 보고 조금 전에 바닐라맛과 초코맛 2개를 샀었다.
한 개만 줘도 되냐고 M에게 물어 바닐라맛 프레고를 건내주니 엄청 좋아한다.
그때부터 동생을 업고 자꾸 따라와서 또 과자를 달라고 한다.
“아까 그 과자 어쨌어?”
“나도 하나 남아서 못줘. 미안”
그리고 갈길을 가는데 또 쫓아와서 손을 내민다.
한국에서 사왔던 자유시간 초코바를 가방에서 꺼내서 주니 또 고맙다고 신나한다.
“이제 집에가서 과자 먹어~~”
과자를 두 번이나 줬는데도 바로 먹지 않고 어디론가 가져다 놓고 또 와서 달라고 한다.
누구에게 갖다주는건지...
저 아이들에게 지금 필요한건 과자일까?
맨발로 동생을 업고 다니며 과자를 구걸하는 모습이 참 안쓰러웠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
공원에 사람들이 모여 한가로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한 시간도 안되서 작은 시내를 다 둘러보고 숙소로 돌아왔다.
아침 일찍 일어나 이동해서 그런지 몸이 나른하고 피곤하다.
블로그 글을 올리고 싶지만 느린 와이파이가 문제다.ㅜㅜ
(밀린 블로그 때문에 난 항상 마음이 촉박하다.ㅜㅜ)
그러다 M은 마다가스카르의 마사지가 훌륭하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마사지를 받자고 한다.
가격도 20000아리아리(8000원) 정도로 크게 부담되지 않아 리셉션에 얘기해놓고 방으로 돌아왔다.
30분쯤 뒤 마사지 아줌마 두 분이 들어온다.
옷을 다 벗으라고 해서 팬티만 입고 마사지를 받는데 왠지 모를 이 광경이 엄청 우스웠다.
M은 엄청 시원하다고 좋아한다.
내가 지금껏 여행하면서 받아본 마사지 중 최고!
모론다바에 가면 매일 받고 싶다.
개운하게 샤워를 끝내고 숙소 근처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었다.
너무 어두워져서 그냥 가까운 곳으로 들어감.
제부꼬치와 치킨수프를 주문했다.
저 치킨수프는 페루에서 먹었던 칼도데가이나와 굉장히 흡사한 맛이다.
아, 간만에 사랑스러운 음식이야~~~
테이블 위에 다대기 같은 빨간 양념장이 있길래 한 숟가락을 크게 떠서 넣으려고 했다가
조금만 맛보고 넣으라는 M의 말을 듣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저렇게 조금만 넣었는데 맵기가 아주~~~~대단하다.
간만에 얼큰함을 맛본 우리는 땀을 쏟아가며 저녁식사를 끝냈다.
내일은 드디어 바오밥나무의 마을 모론다바로 떠난다.
모론다바는 또 어떤 모습의 마을일까?
우리의 버킷리스트 바오밥나무는 또 어떤 모습일까?
12시간의 긴 여정이 아무 탈 없고 안전하길 기도하며 오늘 하루도 이렇게 지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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