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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a/Incredible India

[D+88] N: 인도 판공초 메락마을 둘째날 / 판공초에서 수영하(는것 지켜보)기 / 뒷동산 오르기 / 인생 부대찌개 / 별똥별 소원빌기

by Getachew 2017. 8. 22.

이유부부 세계일주 D+88

9th.Aug.2017. At Merak Village, Pangong Lake, Ladakh, India






23살 귀염둥이들이 깔깔거리고 웃는 소리에 잠이 깼다.


숙소 거실에 나오니 커다란 창문 너머로 보이는 메락마을과 판공초가 어제보다 더 예쁘다.

역시 M의 예상대로 날씨가 더 좋아졌다.ㅎㅎ







마마가 만들어주신 아침을 먹고 커피와 짜이 한 잔을 마시니

천국이 따로 없다.


어제보다 날씨가 좋아서인지 판공초 호수색이 더 파래졌다.

오전 내내 한참을 얘기하며 떠들다가

호수를 구경하겠다며 다들 신이 나서 산책을 나갔다.


멀지만 가까이 설산이 있고,

라다크의 햇빛은 늘 그렇듯 따뜻하다.





한가로운 메락마을






어느쪽을 배경으로 삼든 

찍는 사진마다 감탄이 절로 나오는 풍경이다.


저 멀리 보이는 설산 한 번 찍고,





확인하고,





뒤돌아서면 어느새 M이 커다란 카메라로 나를 찍고 있다.





헤헤

내 사진 왜이렇게 많이 찍어 준거야~

고맙다 내 친구





우리가 사진을 찍는 사이에 아이들은 벌써 호수가에 가있다.





가는 길 하나하나 놓칠 수가 없어.






넌 그냥 풀을 뜯어 먹는건데

왜 이렇게 비현실적이지?


책이나 만화책에서나 나오던 낙원같은 느낌.

그 표현이 딱 맞는 것 같다.

'낙원'





이 곳을 모르고 살았다면 정말 불행했을거야.





이 아름다운 풍경에 갑자기 나타난 뜻밖의 장면!





근데 너희 거기서 모하는 거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혈기왕성한 27세 동욱이와 오달부부의 어린 남편 유진이다.

근데 동욱아 운동 좀 해야겠다.

너 닭백숙 같아. ㅋ ㅋ ㅋ



우리 수영중이예요~ 우린 춥지 않아!!





춥지 않다는 말을 알아들은 동네 꼬마아이가 놀리듯

갑자기 물을 뿌린다. ㅋㅋ





야 이놈의 자식아~~!!!

가만두지 않겠어!!!


도망가는 동네 꼬마아이

쫒아가는 27세 아이 모두 신이 날대로 나있다.


이제 그만 나와~

감기걸려. ㅋㅋㅋ



저 멀리 수건을 걸치며 우아하게 다가오는 그녀.





정말 잘 어울리는 오달부부(오늘도 달린다) 정임이와 유진이.

오늘도 달린다지만 사실은 거의 매일 앉아있거나 누워있는 부부다.ㅋㅋ

올해 초 결혼해서 우리보다 조금 늦게 세계여행을 시작했지만, 총 여행 일정을 400일정도 생각하고 있다니 부러울 따름이다.

우린 고작 6개월밖에 시간이 없는데ㅠㅠ



유진이는 사실 팬티바람이다. 미안해ㅋㅋ



그리고 저 멀리서 사진찍으며 풍경을 감상 중인 두 남녀.





그림같은 사진



우리 부족의 맏이 종헌오빠. 눈 감으셨네요ㅎㅎ



똑부러지는 우리 소라!


팔색조 매력 먹성좋은 은정이!!



알았어 동욱아!! 니가 짱이야!!!



너도 반가워, 동네 꼬마친구!



이 넓은 곳을 우리가 몽땅 빌린 것 같아 너무 좋다.

해발 4000m가 넘는 오지마을에 우리가 주인인 셈이다.

당분간 이 곳은 우리만 알고 싶다고 다들 입을 모아 외쳤다.



호수를 빙 돌아 숙소로 돌아가는 길.

M이 환하게 웃는다.





모든게 다 네 덕분이야.

M이 아니었다면 난 평생 이 좋은 곳도 모른 채로 살아갔겠지.


고맙다 남편아





내가 외롭지 않게 항상 같이 여행해줄께~





그러니 꼭 나 데리고 다녀줘~





M: 알겠다 이눔자식아~ㅋㅋ






우리가 사진 찍는 사이 애들은 저만치 먼저 가서 손을 흔든다.





이제 그만 집으로 돌아가자!!

오래 걸었더니 숨차~



전기도 안들어오고 당연히 와이파이도 안되는 이 곳에서 할 일이라고는 판공초나 반대편의 설산을 바라보며 멍때리거나 짜이를 한 잔 하는 일. 

숙소로 돌아와 또 둘러앉아 짜이, 커피 한 잔에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운다.

이렇게도 사소한 대화들이 뭐가 이리 재밌는지...



한참을 얘기하다 숙소 뒤로 보이는 뒷동산에 올라보기로 했다.

나는 저녁준비로(사실 올라가는길이 엄청 높아보였음) 빠지기로. 

수현이는 나를 도운다는 핑계로 빠지기로.ㅋㅋ



M이 친구들과 뒷동산에 올라 찍어온 사진들~





저 뒷동산 꼭대기에 작은 곰파가 있다.





정해진 길이 없어 보이는대로 걷다보면 이렇게 돌담을 넘기도 하고





이제 여기서부터 올라가면 된다.









올라가면서 여유롭게 사진도 찍고





혼자 자신과의 싸움을 하며 올라온 동욱이ㅋㅋ



판공초에 나부끼는 타르초. 바람에 경전이 널리 퍼지길.






두 외국인





단체사진도 찍고왔네 힝~






내려와서는 동욱이 판초를 쓰고 저렇게 놀다 왔단다ㅋㅋ

시골애들처럼 놀기.








응? 갑자기 이 외국인은 누구?



오늘 저녁은 부대찌개!! 그리고 감자볶음과 계란후라이.


시간을 딱 맞춰서 다들 내려와서 배가 고프다고 난리다.

냄새를 맡고 부엌까지 다들 쫓아들어왔다.


마마의 키친을 빌려 나는 부대찌개를 끓이고

수현이는 난생 처음 계란후라이 20개에 도전중.ㅋㅋㅋ






햄과 소시지를 넣고 맛이 없을 수가 없다.

다들 인생 부대찌개라며 맛있게 먹어줘서 뿌듯했다.






약 30분간 대화없는 쩝쩝거림으로 폭풍과도 같던 식사가 끝났다.

요 근래 먹었던 음식 중 제일이었을듯ㅋㅋ


마지막밤이 아쉬워 

밖에선 또 장작불을 피우고 있다.

메락에서 캠프파이어는 치킨바베큐 용도보다는 그냥 도란도란 앉아 얘기하는 용도가 더 어울릴거라며.






한 시간이 걸린 어제에 비해 

20분도 채 안돼 활활 타오르는 장작불.






그 옆으로 하나둘씩 모여들어

맥주 한 잔에 이야기 꽃을 피운다.





어느덧 해가 금방 넘어가버리

언제 환했냐는듯 깜깜한 밤이 찾아왔다.


전기가 잘 안들어오는 이곳 메락마을은 해가 지자마자 바로 암흑세상이다.


보름달은 아직 뜨기 전 시간.

밤하늘에 별이 참 많다.

어쩌다 한 번씩 떨어지는 별똥별을 보고 소원을 비느라 다들 바쁘다.


"정임이 닮은 예쁜 딸 낳게 해주세요."

"남자친구 생기게 해주세요."

"좋은 아빠가 되게 해주세요."

"취업 잘 되게 해주세요."


"우리 이유부부 세계일주 무사히, 행복하게 끝마치도록 해주세요."




북두칠성을 용케 담아낸 M



누군가에게 아주 소박한 일이겠지만

지금 우리에겐 아주 소중한 소원들.

모두 다 이루어지기를.


장작불이 다 타들어가고 아쉬운 밤에

누군가의 아이폰에서 토이의 '내가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걸'이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모두들 가사를 흥얼거리며 센치한 기분에

가득 남아있던 올드몽크를 너도나도 한 잔씩 홀짝인다.





그렇게 지나간 라다크 메락마을에서의 마지막 밤.

세계일주 동안의 수없이 많은 밤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밤이 그렇게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