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부부 세계일주 D+10
23rd.May.2017. At Laguna Wilcacocha, Peru
나는 아직 파스토루리 빙하 트래킹의 트라우마가 아직 가시지도 않았는데,
M은 69호수 트래킹을 위한 사전준비로 한번 더 윌카코차 트래킹을 가자고 제안했다.
윌카코차 트래킹은 비교적 쉬운 코스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뒷동산에 오르는 수준 이라나 뭐라나~
더 좋은 점은 윌카코차 트래킹은 투어업체 없이 왕복 2솔의 가격으로 다녀올 수 있어 가성비가 짱이다.
여기서 2솔은 윌카코차 입구인 치위팜바(chiwpampa)까지 가는데 콜렉티보를 이용해야하기 때문에 드는 버스비인 셈이다.
콜렉티보는 메인로드인 시장 입구 건너편에서 타면 되고, 10번이 적힌 봉고를 타면 된다.
콜렉티보를 타고 25분정도 가면 도착하는데, 저 다리를 넘으면서 트래킹은 시작된다.
산책하는줄 알고 치마입고간 N
뒷동산 수준의 산책길이라던 M의 말과는 달리
처음부터 돌멩이 가득한 가파른 경사길을 타기 시작하는데 계속해서 이상하리만큼 가파른 경사길이다.
안힘든척 하는 M
힘든 N
치마입고 등산하는 불쌍한 N
저렇게 열심히 올라갈 때만 해도 정상에 오를때까지 이런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르고 오를줄 우리는 미처 몰랐다.
절대 쉬운 코스가 아님을 다시한번 강조합니다!
뒷동산이라고 해서 나 치마입었잖니!!!
하지만 해발 3700m정도이고 고산병이 없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N은 파스토루리 빙하트래킹의 고산병에 크게 혼쭐이났다ㅜㅜ)
또 올라가는 내내 주변 풍경은 정말 그림같아서 힘듬도 잠시 잊게 만들었다.
저 멀리 설산도 보이고 풍경하나는 정말이지 예술이다.
처음 본 빙하에도 별 감흥없던 나였는데 연신 감탄사를 내뿜었다.
가는길에 귀여운 양도 한마리 만났다.
넌 안힘드니? 난 힘들거든.
그렇게 오르고 오르다 보니 작은 마을이 보인다.
마을을 지나고 나면 곧 정상이 보이겠지 하면 이때부터 한시간 반 정도는 더 오르고 올라야한다.
다 왔겠지 하고 생각하면 바로 그때부터가 시작이다.
Oh my god!
가벼운 뒷동산이라고 얘기했던 M은 땀을 뻘뻘 흘리고 헉헉거리면서 올라오고 있다.
불쌍하니 내가 한번 봐준다.
그렇게 3시간 가까이 올랐을까? 뭔가 다오른듯한 느낌이 든다.
그리고 엄훠.
이곳이 바로 윌카코차 호수!
눈앞에 펼쳐진 호수는 정말 너무나도 그림같다.
빙하앞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벅참과 뿌듯함이 밀려온다.
끈질긴 설득 끝에 목마를 태운 M
목마를 태우고 난 후 잠깐의 현기증으로 M군은 아무말없이 앉아있었더랬지.
(남편님 미안)
그래도 엄청난 사진이 나와 우리 둘다 매우 만족했다.
크지 않은 호수라 한바퀴 도는데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았다.
이미 다른 여행자들은 햇볕 좋은 자리에 누워 샌드위치를 먹거나, 책을 읽거나, 낮잠을 자며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언덕을 조금 더 올라가니 풍경이 더 장관이다.
딱 봐도 뷰포인트!
우리는 쉴세 없이 감탄하며 사진만 몇백장 찍은것 같다.
그냥 기대없이 한 번 와본 트래킹 코스가 남미여행을 추억하게 되는 기억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1시간정도 지났을까. 이곳 와라즈는 2시정도를 기점으로 날씨가 급 추워 지는것 같다.
쌀쌀한 바람이 불더니 비가 올것 같은 하늘이다.
배가 살짝 고팠던 우리는 한국에서부터 준비해온 땅콩카라멜로 당을 충전하고 서둘러서 내려간다.
고산이라 빵빵하게 부풀어져 있는 땅콩카라멜
가파른 오르막 보다는 내려가는 길이 쉬울거라고 생각했던 우리는 또 한번의 위기를 맞았다.
흙과 자갈, 돌로 이루어진 길이라 자칫하면 미끄러져 내려가 비명횡사 할수 있는 내리막길이다.
하지만 걱정하지 말자.
튼튼한 우리의 두다리는 의지와 상관없이 연신 개다리춤을 추고 있었고,
개다리춤의 끝자락엔 출발할때 보였던 다리가 보일 것이다.
1시간 30분정도 개다리춤을 추고 나서야 우린 하산에 성공했다.
아, 정말 뿌듯하다.
돌아오는 콜렉티보에서 약간의 손저림과 두통이 있었지만 이만하면 우리 참 잘했다.
서로를 격려하며 타이레놀을 나눠 먹었다.
그리고 내일 있을 대망의 69호수 트래킹을 기약했다.
이만하면 우리 체력도, 69호수도 문제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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