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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th America/Peru

[D+9] N: 파스토루리 빙하 트래킹

by Getachew 2017. 6. 5.

이유부부 세계일주 D+9

22nd.May.2017. At Pastoruri Glacier, Peru




전날 잠을 설쳤다. 아무대서나 잘먹고 잘싸고 잘자는 M군이 매번 부러우다.

오늘 하는 파스로루리 빙하 트래킹은 해발 5250m 에 위치해 있단다. 난 3000m에서도 숨이찬데 벌써부터 걱정이다.

하지만 대부분 차로 이동하기 때문 체력적인 부분에서는 부담이 없을것이라고(이글을 쓰면서도 난 힘들다) 했고,

69호수를 가기전 맛보기로(미쳤지) 선택한 트래킹이다.


조식을 든든히 먹고 픽업차량을 기다렸다 9시에 온다던 차는 9시 30분이 되어서야 왔다.

이미 차 안에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그러나 한국인은 없었다.

비는 오지 않았지만 하늘이 썩 맑지는 않았다.

1시간정도 달려 도착한 곳은 코카차를 마시는곳, 이곳에서 단 1솔에 코카차를 먹고 출발한다고 했다.



하루종일 함께한 봉고차. 무려 벤츠다.



코카차를 마시기 위해 들렀던 식당. 트래킹 후 돌아오는 길에 식사를 위해 이 곳에 다시 들렀다.



우리도 코카차를 마시고 트래킹을 위해 화장실도 다녀왔고 다시 차를 타고 40분쯤 달렸다.



빙하를 가기전 잠깐 들렸던 선인장무리들(Puya de Raymondi)



100년을 살면서 일생에 단 한 번 꽃을 피운다는데 바로 작년에 꽃이 폈단다. 

아쉽군. 해발 4000m가 넘는곳에서 이리도 오래 살다니 신기하긴 하다.



날씨가 흐려서 사진도 별로다. 



파스토루리 빙하 입구



그리고 또 달려 드디어 파스토루리 빙하로 가는 입구이다. 

여기서 부터는 차로 올라갈수 없다.

비는 오지 않지만 여전히 날씨는 흐리다.

차에서 내리자 마자 고산병의 불안함이 엄습해온다.

처음 걷는 길은 산책로 수준이지만 고산지대라 그런지 자꾸 숨이 차다. 

너무 힘들면 말을 타고 갈수도 있는데 M이 눈치를 줘서 그럴수 없었다.

왕복 2시간 코스인데 천천히 걷되 중간에 멈춰서서 쉬면 더 힘들다고 한다. 

힘들어도 천천히 계속 걸어야 한다.

내리자 마자 시작된 숨참과 어지러움, 눈알이 빠질 것 같은 증상이 걷는 내내 지속되었다. 



야속한 M군



M군은 감탄사를 자아내며 태연하게 엄청 잘걷는다.

여보...제발 빨리 걷지마...고산병걸려...ㅜㅜ

걷기 시작한지 10분 쯤 되었을까.



힘든 N. 


“여보. 미안하오...나는 안되겠소...나는 더이상 안되겠소...”

숨을 최대한 들이쉬고 있어도 나는 너무 숨이차서 금방이라도 쓰러질꺼 같다. 귀가 계속 멍멍하고 어지럽고 숨이 너무 차다.

나는 그냥 빙하를 안봐도 될것 같다. 그깟 빙하 봐서 뭘한담.

M은 이런 나를 다독인다. 

“니니야 할수 있어... 다른 사람들도 다들 저렇게 잘가잖아. 이걸 해내야 내일 69호수를 갈수 있어.”

(미안하지만 69호수는 이미 글렀어. 난 가지 않을테야!)

그리고 조잘조잘 잘 떠든다.


“조용히해 “

“말시키지마”

 난 저 짧은 말도 겨우 했다. 나는 너무 힘이 든다. 그때서야 알았다. 나는 저질체력이다.ㅜㅜ엉어어어어어어엉

M은 나의 눈치를 보며 연신 사진을 찍어댄다.



저렇게 서 있는 말들을 타고 갈 수도 있다. 돈만 낸다면.



독일청년과 일본언니



그리고는 지나가는 독일 청년과 일본 언니와 조잘조잘 떠들어 댄다.

 hello?~~where are you from? (안녕? 너어디서 왔니?)

I from Korea. (난 한국에서 왔어)



North Korea? hahahahahahahahahaaha (북한?하하핳하하하하하하 농담이야.)

(당연히 남한이지. 하하핳하하하하하하)

(페루에 얼마나 머물거니?)

(음...우린 정해지지 않았어. 우린 세계여행중이야.)

(와우~다음 여행지는 어디니?)

(볼리비아, 칠레, 아르헨티나, 브라질을 거쳐 남아공으로 갈꺼야. 그리고 인도, 동유럽, 모로코로 가.)

(혹시 너희 백만장자니? 하하하핳하하하하하하)

깔깔깔…껄껄껄…

아...남편이여...부인은 죽어가고 있소다...ㅜㅜ


그렇게 생사를 넘다듦을 반복하니 어느덧 정상은 보이는 구나. 





드디어 도착한 파스토루리 빙하!



정상에 가까워 질수록 난 더 격렬히 눈알이 빠질것 같고 아까까지는 없던 울렁거림이 있다.

 나 토할거 같아. 속이 안좋아 .숨이 너무 차. 나 빨리 내려가고 싶어.ㅜㅜ

M군은 누렇게 뜬 나를 보고 그제서야 걱정하기 시작했다.

얼른 사진만 찍고 내려가자..

그래 얼른 찍어!! 얼른 찍으라고!!!!!!




그래도 사진은 찍는다.



내 인생에서 처음보는 빙하이다. 

정말이지 미안하지만 아무 감흥이 없다.

난 그저 빨리 이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을뿐.


남편은 여전히 고산병 없는 현지인이다. 대단도 하다.



해맑은 M군



 그런데 갑자기 비바람이, 아니 비우박이 몰아친다. 옴마야 ㅜㅜ

서둘러 내려가야 했다. 나는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더 빨리 내려가야 했다.




또 먼길 떠나는 N



사진에서 나의 고통이 느껴지는가?

살기 위해 엄청 열심히 내려가고 있다


아, 내려갈수록 괜찮아진다. 

숨도 덜차고 거의 다 빠졌던 눈알도 다시 들어가는 것 같다.

거의 다 내려왔을때에는 울렁거림도 없었다.

 휴, 이제 나는 살았구나...



해맑은 남편과 해맑은척 하는 나



그런데 나는 살았는데 이제껏 말짱하던 남편은 두통을 호소한다.

너 그렇게 조잘댈때부터 알아봤어.

얼른 타이레놀 2알을 먹었다. 

“남편. 미안하지만 내일 69호수 트래킹은 도저히 안될것 같소. 미안하오.”

“부인 . 난 이곳에 69호수를 보러 왔단 말이오. 내일이 정 어렵다면 하루 쉬어보고 모레 갑시다.”


이놈은 정녕 날 죽일 작정인가? 나는 정말 힘들단 말이다.

그렇게 우린 투닥거리며 와라즈 시내로 오는 차안에서 입벌리고 침흘리면서 꿀잠잤다. ㅋㅋㅋ


숙소로 들어온 나는 69호수 트래킹을 찾아보기 시작한다

죽음의 69호수 트래킹.

주검으로 발견된 이스라엘 아가씨.

파스토루리 빙하는 69호수에 비하면 껌이란다.

세 발자국 가는데 3번 토함.

와라즈는 69호수가 다가 아니다. 더 좋은 곳이 많다. 등등


나를 더 힘들게 만든다. 빙하를 보고도 감흥이 없었는데 호수 따위가 무슨 감흥이 있겠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