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부부 세계일주 D+98
19th.Aug.2017. At Delhi, Incredible India
17일동안 머무른 레 올뷰게스트하우스.
이제 정말 안녕이구나.
M도 여행을 많이 다녀봤지만 한 곳에서 이렇게 오래 머물러 본 적은 없다고 했다.
그만큼 정도 많이 들고 행복했다.
파파~
내년에 꼭 다시 올께요~♥
그 때까지 지금 이 모습 그대로 있어주세요~
우리가 수도 없이 지나다닌 이 길에
아무도 모르게 우리의 흔적을 묻히고는
그 길의 일부가 되고 싶었다.
다시 올 수 있겠지?
쓸쓸한 뒷모습.
작은 택시에 몸을 실어 공항으로 향했고,
우리의 달콤했던 레 여행은 이렇게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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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 뒤
우리는 정말 오기 싫었던 델리에,
그리고 더 오기 싫었던 빠하르간지에 도착했다.
델리야 안녕?
여전히 넌 숨막히도록 덥구나.
예전처럼 메트로를 이용할까 했지만,
왜인지 우리는 택시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고,
항상 우리의 선택은 운이 없는지라
어느새 앉으면 머리가 천장에 닿는 미니봉고택시에 우리 몸을 쑤셔넣고 말았다.
당연히 에어컨은 나올리 만무하고,
동방사우나 쑥찜질방 안을 방물케하는 허걱한 더위에
큰 숨이라도 쉬어몰까 창문으로 얼굴을 내밀면
여기저기서 빵빵거리는 경적소리에 난,
넋이라도 있고없었다.ㅠㅠ
우리왜택시탄거야?왜택시타자그런거야?
왜에어컨택시안탄거야?얼마나더가야돼?숨막혀죽을거같아
너나한테말시키지마.
(말은 내가 계속하고 있음)
투덜투덜. 짜증짜증.
하고 M을 쳐다보는데
엄훠~
온 몸의 육수를 죄다 뽑아내면서 평온한 표정으로 미소를 짓는 도사님 한 분이 계신게 아닌가?
M: 마음을 비워봐. 그러면 하나도 덥지 않다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더위를 죽기보다 싫어하는 M은
이미 해탈의 경지에 이른 것이다.
메트로 타면 20분이면 갈 거리를 교통체증 때문에 1시간이 넘게 걸려 빠하르간지에 도착했다.
반...갑다 빠하르간지야.
너의 더러움과 시끄러움은 여전하구나.
멍~
M에게 간곡히 부탁하여 제발 지난 날과 같은 빠하르간지의 숙소는 갈 수 없다 단호히 못박았고!
(죽는 시늉을 하며 애원했고ㅋㅋ)
숨이 턱 막히는 40도 육박한 더위를,
- 사실 더위라고 표현하기에는 이곳의 불같은 햇살을 표현하기 애매하다 -
에어컨 없는 팬룸에서는 절대 보낼 수가 없었다.
M도 동의한 것이 더위를 전혀 참지 못하는 불같은 남자였으므로.
택시에서 내려 찾아간 알이즈웰 호텔.
동욱이에게 추천받은 빠간에서 그나마 시원하고 깨끗하다는 숙소.
1500루피에 에어컨 방을 얻어냈다.
얏호~
이 정도면 양호해. 이틀간 지낼만하겠어. 좋았어.
온 몸의 땀을 씻어내고 허기진 배를 채우러 더까페(한식당)로 갔다.
알이즈웰 호텔 건물 1층에 더카페가 있어 좋다.
빠간에서 찾아볼 수 없는 깨끗한 인테리어
오삼불고기덮밥과 김치찌개, 후라이드 치킨, 김밥
(물론 한 번에 다 시킨건 아님. 여러번 방문함.ㅋㅋ)
다녀본 한식당 중 최고 맛있었다.
델리에 있는 이틀간 한식당만 갈 예정.
엄청난 와이파이 속도로 밀린 블로그까지 하니
아, 천국이 따로 없구나~
지금 이 순간은 감자탕에 소주가 생각나지 않아~
히히
방으로 올라오는 길
은근슬쩍 다가오는 직원
"너네 뭐 필요한거 없니?"
"우리? 없는데?"
"(소곤소곤)너네 맥주 안필요해?"
"(큭큭)줄 수 있어?"
"(소곤소곤)노프라블럼. 200루피에 큰 걸로 갖다줄께."
"오케이. 시원한걸로 갖다줘"
(인도는 아무데서나 술을 사거나 팔 수 없다)
얼마 지나지 않아 차가운 신문지에 돌돌 말아 가져온 맥주.
고맙네 브라더~
이놈의 인도는 정말 매력 넘치는 곳이야!!!
해맑게 웃고 있지만
자세히 보면 땀범벅임.
더워도 너무 덥다묭 ㅠㅠ
그래도 땀 뻘뻘 흘리며 시원한 라씨를 한 잔 합니다.
그래 소야~ 너도 변하지 않았구나~ ㅋㅋ
여보슈 남편님, 코넛플레이스 가는 길은 릭샤 탑시다!!
너무 더워서 안되겠쇼~~
"오토릭샤 태워 주세요."
짠돌이 남편 싸이클 릭샤 태워줌. ㅠㅠ
싸이클 릭샤는 왠지 미안하단 말야...
미안하기는 개뿔.
우리가 가고자 했던 코넛플레이스와 아주 멀리 내려주며
"여기가 코넛플레이스야"
라고 자신있게 말하는 릭샤꾼.
M: 헤이~ 출발해. 여기 코넛플레이스 아니야~
그러더니 부띠끄 상점으로 데려가서 쇼핑하라는 릭샤꾼.
M: 어이 출발해~ 우린 쇼핑안해~
그러더니 또 엉뚱한 길 한복판에 세워
"여기서 코너만 돌면 코넛플레이스야."
M: 헤이 마이 프렌드~ 나 델리에만 6번째야.
얼른 그냥 코넛플레이스로 가!!
오는 길 많은 일들로 미안함은 다 사라져버림.
역시 델리는 변하지 않았어!!!
우여곡절 끝에 코넛플레이스 도착!
안그래도 사람이 많은 곳인데 주말이라 사람이 더 많음.
원래 더운 나라에 인구가 이리도 많으니
더 더울 수밖에.
얼른 스타벅스로 가자규~
얼른와~ 저기 스타벅스가 있어!!
오랜만에 먹는 스타벅스 브라우니.
정말 사랑스러우다.
(N은 스타벅스 브라우니를 참 좋아하는데,
M이 갈때마다 사주어서 참 행복함.)
빠를줄 알았던 와이파이가 제대로 되지 않아
여유롭게 블로그 글을 쓰려던 계획은 실패하고
근처에 있던 H&M에서 M의 옷만 득템함.
어느...나라 사람?
돌아오는 길
똑같은 일을 겪기 싫어 그냥 오토릭샤 탐.
그래도 나와 M은 인도를 무한히 좋아한다.
남편은 아직 짠내 묻어있는 릭샤꾼들의 냄새가 좋고,
당하면 화나서 미치겠지만
"노프라블럼" 아무 문제 없다는 태평함이 좋단다.
그 뻔뻔한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순수함이 섞여있고
가까워지면 누구보다 따뜻한 사람들.
그들도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려 하는 것 뿐.
인도를 한 번도 오지 않은 사람은 있지만
한 번만 온 사람은 없다고.
우리 부부는
인도는 좋아하지만
그 중 델리가 조금 덜 좋은 걸로 마무리.
또 다시 오겠지?
오늘밤도 빠하르간지 거리는 경적과 고함소리로 시끄럽기만 하다.
이래야 인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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