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부부 세계일주 D+82
3rd.Aug.2017. At Leh, Incredible In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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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19일 현재 인도 레 여행을 마치고 델리로 다시 내려왔어요.
레는 와이파이가 너무 안되는 지역이라 블로그 업뎃이 불가능해서 2주가 넘도록 아무것도 못했네요ㅠㅠ
아프리카 케냐, 마다가스카르, 탄자니아 이야기가 좀 남아있지만,
인도의 여운이 가시기 전에 인도이야기부터 올리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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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자니아 잔지바르에서 애증의 인도를 오기까지 꼬박 26시간이 걸렸다.
잔지바르에서 다르에스살람 그리고 두바이, 델리를 거쳐 우린 그토록 원하던 인도 북부 라다크 "레"에 도착했다.
인도 북부, 히말라야와 맞닿은 고산지대 라다크지방.
1년 중 딱 지금, 6월부터 9월까지 세 달 정도만 눈이 녹아 육로가 열리고, 이 시기에는 우리나라 초여름 날씨처럼 기온이 온화하여 여행하기 좋은 곳이다.
9월 중순이면 육로로 가는 길은 다시 막히고 눈으로 뒤덮인다.
세계일주 계획을 짜면서도 꼭 가고싶어 억지로 루트를 파괴해가며 무작정 넣었던 곳.
M은 인도가 벌써 세 번째이지만 아직 라다크를 가보지 못해 무척 궁금해했다.
분명히 같은 인도인데도 불구하고 라다크 지방에는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
델리에서 레로 가는 비행기에서 바라본 설산들
공항 도착 후 택시를 타고 무작정 레 메인바자르로 향했다.
숙소를 미리 예약하지 않아 그냥 한 번 찾아가본 올뷰게스트하우스에서 우린 하나 남은 더블룸을 차지했다.
올뷰게스트하우스는 레를 여행하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가고 싶어하는 인기만점 게스트하우스다.
메인로드에서 약간 벗어나있고,
골목골목을 찾아 들어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일단 도착하면 그런 걱정들은 다 사라진다.
시끄러운 메인로드와 걸어서 10분정도 떨어져 있어 조용하기도 하고
주인 할아버지 할머니가 관리를 깨끗하게 잘 해둔 사과나무 정원 의자에 앉아 멍때리기도 좋다.
짐을 풀고 샤워를 마친 나는 바로 침대로 기어들어가 기절해버렸다.
이래뵈도 이 곳은 해발 3500m라구요.
남미의 온갖 고산들에 몸이 적응이 되었을거라고 생각한 우리 부부의 큰 착각.ㅜ
머리가 또 아프고 전신에 힘이 빠져 가지고있던 온갖 약을 다 주워먹었지만,
난 자꾸 힘이 없어ㅜㅜ
이럴땐 의사인 남편도 별 소용이 없는거라
M은 약통을 뒤져 또 약을 가져다준다.
"선생님 제가 오늘 이렇게 많은 약을 계속 먹어도 되는건가요?"
"입다물고 먹어라."
"네... 선생님."
안그래도 숙소에 처음 도착했을때 한 한국인 청년(동욱)을 만났다.
(지금 생각하면 청년이라기에는 너무 귀여운 친구지만ㅋㅋ)
아무튼 그 청년은 고산병에 시달려 죽어가는 친구(준승)가 있다며, 병원에 데려갈 생각이라고 했다.
M은 자신을 위대한 의사라 지칭하며 슈바이처에 빙의되어 우리의 약통을 뒤져 마지막 남은 아세타졸라마이드 한 알을 선사하며
타이레놀 두 알과 같이 먹이라는 처방을 내렸다.
나중에 그 청년은 완쾌하여 침대를 박차고 나와 M선생님의 존함을 여쭙고 존경하게 되었더라는ㅋㅋㅋㅋㅋㅋㅋㅋ
다시 나의 이야기로 돌아와,
온갖 약을 주워먹고 한 숨 자고 나니 좋아질 것 같던 몸이 더 무겁다.ㅋㅋ
하지만 고산병보다 배가 고파 죽겠다는 M을 위해 무거운 몸을 이끌고 나가야 했다.
레 시내를 돌아다니면 제일 많이 눈에 띄는 이것.
마니차라고 하는데 문맹인 주민들을 위해 만들어진 경전같은 것.
왼쪽으로 한바퀴 돌리면 경전을 한 번 읽는 것과 같다는 의미란다.
누구의 발상인지 모르겠지만 굉장히 멋지다고 생각했다.
레스토랑이 몰려있는 창스파로드까지 가는 길이 너무 멀게만 느껴진다.
천천히 걸어야해.
햇빛이 쨍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바람이 불면 너무 시원하다.
길거리를 유유히 걷는 소님을 보며 내가 다시 인도에 왔음을 실감한다.
여기서 오른쪽으로 돌면 창스파로드의 시작!
우리의 첫 식사는 한식으로!!
티벳사람이 운영하는 한식당인 아미고로 향했다.
아미고에는 한국인 여행자들이 북적이고, 어찌 이 집을 알았는지 외국인 여행자도 있다.
우리는 신라면, 된장찌개, 김치전을 주문했다.
M이 싫어하는 죽밥이 나왔지만, 나름 음식들이 먹을만했다.
다음에는 다른 메뉴를 골라보기로 한다.
이제 메인바자르로 나와 화장실 휴지와 이동 중 터져버린 샴푸 한 통, 폼클렌징을 구입했다.
인도의 히말라야 제품은 저렴한 가격에 비해 품질이 좋기로 유명한데, 인도를 떠나기 전 폼클렌징과 샴푸, 트리트먼트를 대량구매할 생각이다.
(어느나라를 다녀도 폼클렌징을 구하기가 어렵다능ㅜㅜ)
나온 김에 메인바자르 구경을 좀 해볼까?
살구가 유명한 이 곳 레에서는 매일 따온 살구를 저렴하게 판다.
0.5kg 사놓구선 (1500원어치)
저렇게 앉아 0.5kg을 먹었다.ㅋㅋ
우리 부부는 이 곳에서 인생 살구를 맛보게 된다.
하지만 너무 많이 먹으면 설사 할 수도 있으니 주의!
이런 달콤한 살구는 처음이야!!
당장 사줘!!!
나중에 우연히 들린 찻집에서 구매한 살구주스까지.
내 사랑 살구씨♥
반하겠어~ 네게 반하겠어~~
매일매일 먹고 말거야!!!!
인도에서는 술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레에는 맥주 등 주류를 파는 곳이 딱 한 곳 있는데 오후 늦게 가면 현지인들에 치여 술을 사기 쉽지 않다고 하여
이른 낮부터 맥주를 네 캔 구입했다.
오늘 밤은 이걸로 충분하겠지!!
기쁨도 잠시,
난 또 블랙홀로 빠져든다.
"친구여. 난 또 안되겠네.(어디서 본듯한 말뽐새인데...)
난 더 이상 돌아다니지 못하겠네. 머리가 아프고 손발이 저려오네."
아니나 다를까 M의 몰골도 말이 아니다.
우린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ㅋㅋ
고산지대 첫 날인데 가만히 휴식을 취하지 않고 돌아다닌 죄인가.
그리고 우린 다시 침대에 누웠다.
"우리가 이동을 너무 길게 해서 그래."
"약먹자 니니야."
오잉? 우리 약을 너무 자주 먹는거 아니야?
그 약은 수면제인가... 분명 두통약이랬는데...
나는 또 골아떨어짐.ㅋㅋ
먼저 일어난 M이 또 배가 고프단다.
하지만 난 입맛이 없어...ㅠㅠ
하는수 없이 또 나간다.
숙소에서 그나마 가장 가까운 레스토랑(hidden north)에서 뚝바와 볶음밥, 모모를 주문하고
(입맛도없다면서 꼭 3개시킴)
결국 다 못 먹고 모모는 포장해서 돌아왔다.
밤공기가 서늘한게 시원하고 좋다.
고산병 증상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듯하고.
숙소에 돌아오니 앞마당에서 도란도란 얘기중인 20대 꽃청춘들이 앉아있다.
M : "우리 저기 가서 같이 이야기 하고 놀까?"
N : "여보, 우리 노땅이라고 싫어해. 눈치없이 그러지 말자."
하고서는 맥주 두 캔을 들고 어느새 그들 사이에 앉아있다.ㅋㅋㅋㅋㅋㅋ
"저희 부부도 좀 끼워주실 수 있나요?
휴학하고 긴 여행을 떠나온 25살 부산 청년(준승)
대학생 23살 귀요미들(소라, 은정)
레에 네 번째 방문인 레 마니아 27살 아가씨(아라)
54세같은 27살 청년(동욱)
우리보다 한 살 어린 귀여운 약사 동생(다희)
그들의 젊음이 참 부러웠다.
나는 저 나이때 무얼 하고 있었지?
그들은 우리 부부가 부럽다고 했다.
그들보다 여유있어 보이는 우리네의 여행이 부러웠을지도.
우리는 서로를 그렇게 부러워하며 밤이 깊도록 깔깔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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