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부부 세계일주 D+18
31th.May.2017 At Vinicunca, Peru
쿠스코에 도착한지 얼마나 되었다고 M은 벌써 트래킹 타령이다.
처음 우리 계획은 도착하자마자 마추픽추를 다녀올 예정이었으나, 지금 친체로에는 시위가 한창이란다.
참고로 친체로는 마추픽추 가는 길에 있는 작은 마을로 마추픽추를 가기 위해서는 꼭 거쳐야 하는 곳이다.
어쨌든 그래서 5월 31일까지는 마추픽추 투어가 불가능하다.
그래서 우리는 쿠스코에서 가능한 트래킹을 찾아 먼저 하기로 했는데,
그 중 하나가 비니쿤카, 일명 레인보우 마운틴 트래킹이다.
레인보우 마운틴은 전세계에서 중국, 페루 두 군데밖에 없단다.
우리는 쿠스코에서 한국인이면 누구나 한 번쯤은 방문한다는 파비앙 여행사를 방문해 보았지만,
무슨일인지 계속 문이 닫겨있어서 그냥 거리를 돌아다니다가
호객행위를 당해 들러 본 여행사에서 아침, 점심 포함된 비니쿤카 투어를 인당 70솔에(대략 25000원) 예약을 했다.
비니쿤카 투어는 새벽 세시 반에 각자의 숙소로 픽업을 온다.
3:00am 픽업, 쿠스코 출발 → 7:00am 아침식사 장소 도착(30분 식사) → 9:00am 트래킹 시작 → 트래킹(대략 3시간) → 정상도착 → 포토타임 → 하산(대략 2시간) → 점심식사 → 쿠스코 도착 (7:00pm)
해가 뜨기도 전에 출발해서 늦은오후에 돌아오는 강행군이다.
사실 말이 좋아 쿠스코 근교 트래킹이지 서울에세 속초를 오가는 트래킹인 셈이다.
쿠스코(3300m)보다 훨씬 더 고도가 높은 이 곳은 해발 5100m정도로 와라즈의 파스토루리 빙하 트래킹의 고도와 비슷하다.
해발 4300m에서 출발해서 정상인 5100m 지점까지 오른다.
출발 전부터 불안감이 엄습한다.
아침도 먹는둥 마는둥 했던 우리는 올라갈때는 말을 타고 내려올때 걸어서 내려오기로 했다.
(나중에 내려오면서 다시 생각해보니 정말이지 탁월한 선택이었음.)
비니쿤카 트래킹시작점
곳곳에서 우리를 반겨주는 야마들
난생 처음 말을 타본 N
비니쿤카 트래킹은 평지가 많긴 하지만, 중간에 한번씩 꽤 힘든 오르막길이 있고,
눈이 오는 바람에 길이 상당히 미끄러워서 다들 한번씩 넘어지기 일쑤다.
주위엔 나무 한 그루 없이 황량한 벌판이다.
뭔가 척박한 느낌도 있지만 병풍처럼 드러워진 설산과 그 위의 파란하늘은 세상에 또 이런곳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게 한다.
그리고 그런 곳에 우리가 함께 할 수 있음에 감사했고, 함께하지 못한 가족들 생각에 미안했다.
이렇게 가끔씩 간이화장실도 있다.
말을 타고 올라가는 내내 풍경에 감탄하며 비니쿤카를 완연히 만끽한다.
말을 끄는 인디오들은 걸어서 올라가기 때문에 약간은 미안하기도 하다.
중간중간에 너무 가파른 오르막길은 말을 타고 갈 수 없기 때문에 우리도 걸어야 했다.
와라즈에서부터 따라다니던 왼쪽 귀의 먹먹함이 더 심해진다.
잠깐 걷는것도 굉장히 숨이차서 세 걸음 뒤에 한번은 꼭 쉬어야했다.
그렇게 어느덧 저 멀리 무지개산이 보인다
왼쪽에 사람들이 오르고 있는 저 가파른 오르막이 죽음의 30분이었다.
한 걸음에 한 번을 쉬어도 모자라다.
우리 그냥 밑에서 보면 안돼?
에휴 힘들다. 내팔자야.
매몰찬 M은 여기까지 말타고 온거에 감지덕지 하라며 나를 잡아끈다.
드디어 정상이다!!
아, 정말 너무 아름답다.
어떤 이들은 이곳이 마추픽추보다 더 아름답고 신비하다고 한다.
난 아직 마추픽추를 보지 않았으므로 말을 아끼겠다.ㅋㅋ
아이 좋아라.
어떠한 형용사로 이곳을 표현할수 있을까?
시위 때문에 마추픽추를 갈 수 없어 오늘 사람들이 유난히 많은 것 같다.
한 시간이 지나도록 비니쿤카를 즐긴다.
이제 내려갈 시간이다. 바람이 차가워진다.
우리는 서둘러 내려가는데 눈과 진흙이 뒤덮힌 질퍽한 길 때문에 걸음을 내딛기 쉽지 않다.
여기저기서 소리를 지른다.
철퍼덕.....ㅋㅋㅋ
그래도 평지가 많아 또 한 번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우리는 그래도 투어사에서 제공한 저 지팡이 덕을 많이 봤다.
먼 길 떠나는 N
먼 길 떠나는 M
힘들다. 잠깐 앉아서 쉬자 제발.
설산을 배경으로 점프도 한번 해본다. 금방 숨이 차서 몇 번 뛰지도 못했다.
거의 다 내려와 미끄러지는 M을 잡아주다 우린 둘 다 멋지게 슬라이딩을 했다.
그덕에 N의 턱에 작은 찰과상이 생겼다.(책임져ㅠㅠ)
그래도 깔깔 웃으면서 일어난다.
우리 둘 다 진흙탕에 똥싼 바지를 입고 2시간만에 하산했다.
뭔지 모를 뿌듯함에 서로에게 수고했다 격려했지만, 당분간 트래킹은 하지 않기로 다짐한다.
쿠스코로 돌아오는 내내 차 안에서 우리 둘 다 헤드뱅잉을 하며 또 시체처럼 잤다.
쿠스코 숙소에 도착하니 우리 둘 다 그런 거지꼴 없다.ㅋㅋㅋㅋㅋ
이런 날을 위해 쟁여놓은 오징어짬뽕으로 하루를 마감한다. 캬~~~~~~~~~~~~~
비니쿤카 이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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