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부부 세계일주 D+163
23rd.Oct.2017. At Chefchaouen, Morocco
하실라비드에서 출발한 수프라투어버스는 새벽4시무렵 페스에 도착했다.
하지만 우리 일정은 바로 쉐프샤우엔으로 이동하여 2박 후 다시 페스로 이동해서 1박하고 로마로 출국하는 것.
페스에서 쉐프샤우엔으로 가는 버스는 수프라투어에서는 운행하지 않는다.
CTM 터미널로 이동해서 티켓을 예매해서 타야 하는데 너무 이른 시간에는 택시잡기도 어렵고 사무실도 운영하지 않기 때문에 할 수 없이 페스 수프라투어 오피스에 있는 소파에 누워 두 시간쯤 눈을 붙였다.
새벽6시쯤 일어나 쁘띠택시를 타고 CTM 터미널로 향했다.(20디르함)
거리가 제법 멀었는데 걸어서 온 여행자들도 있었다.
CTM 터미널 매표소.
직원이 몇 명 없는지 한 사람이 왔다갔다하면서 티켓도 팔고 표도 받고 하더라.
일찍 출발하는 버스도 있었는데 이미 표는 매진된 상태였고, 할 수 없이 10시에 출발하는 버스표를 예매했다.(1인 75디르함)
아침 7시도 되기 전부터 도착해서 10시까지 기다리는데 저런 불편한 의자에서 불편하게 자느라 너무 지겨웠다.
N은 세계일주 데려온답시고 개고생만 시킨다며 투덜투덜ㅋㅋㅋ
터미널 대합실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
버스를 타고 세 시간 반 남짓 이동해서 드디어 쉐프샤우엔에 도착.
터미널에서 메디나 중심가까지는 좀 애매한 거리이긴 한데 오르막길이라 투덜이를 감당할 재간이 없어 택시를 이용했다.(20디르함)
여기가 메디나가 시작되는 지점.
참고로 쉐프샤우엔도 메디나 바깥쪽은 보통 도시와 다를 바 없고, 메디나 내부로 들어가야 파란 벽의 집들을 볼 수 있다.
예약해둔 숙소로 터덜터덜 향하면서 주변 풍경을 찍어봤다.
나무그늘 아래 휴식을 취하고 있는 사람들.
바람은 선선한데 햇살은 뜨거운, 여행하기에 딱 좋은 날씨였다.
조금 걸어들어가니 드디어 파란색으로 칠해놓은 벽들이 나왔다.
쉐프샤우엔은 15세기 후반 스페인에서 기독교의 박해를 받은 무슬림과 유대인들이 이주하여 세운 마을로, 건물들의 건축양식은 남부 스페인의 안달루시아를 닮아있고, 벽은 유대인들이 파란색으로 칠해 마치 지중해의 물빛을 보는 느낌이 든다.
숙소로 걸어오던 중 작은 마을 광장이 보였다.
숙소 근처라 자주 지나가게 된 곳인데 아이들이 축구도 하고 어른들은 벤치에 앉아 쉬고 있는 느긋한 풍경들이 좋았던 곳.
드디어 숙소 도착!
Dar Blue Pearl 이라는 리아드다.
화장실과 에어컨 포함된 더블룸이 2박에 285디르함.
위치는 아주 좋고, 방은 적당했다.
생각보다 쉐프샤우엔 방값이 비싸서 적정선에서 타협할 수밖에 없었다.
짐을 풀어두고 나와서 동네 구경 시작!
쉐프샤우엔은 특별히 볼거리가 있는 마을은 아니고 그냥 마을을 돌아다니며 구경하면 그만인 곳이라서 부담없다.
예쁜 곳에 왔으니 또 스냅사진 찍어보기.
작은 골목 하나하나가 다 예쁘다.
마치 산토리니를 연상케하는 느낌의 거리.
지중해에 인접한 도시들은 어느정도 문화적 유사성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모로코 사람들은 사진 찍히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몹시 조심스럽다.
눈짓으로라도 허락을 구하고 찍든지 아니면 그냥 풍경만 찍어야한다.
그래서 여행자로선 많이 불편한 점이 있었다.
근데 또 웃긴건 상점에서 물건을 구입하면 흔쾌히 사진을 찍자고 한다는것.ㅋㅋㅋ
먹고사는게 우선인건 어느 나라나 비슷한듯.
점심식사를 위해 한 레스토랑에 들어옴.
맛집인지 사람들이 꽤 많았다.
Bab Ssour Restaurant
루프탑 테라스 자리로 안내받아 자리잡으니 한 눈에 들어오는 쉐프샤우엔 전경.
아주 예쁘진 않다.
파란 도시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인도의 조드뿌르와 비교해보자면 높은 곳에서 바라본 전경은 조드뿌르가 훨씬 아름답다.
하지만 작은 골목 사이사이의 소소한 매력은 쉐프샤우엔이 더 예쁜 것 같기도 하다.
조드뿌르는 십수년전에 여행했던 곳이라 기억이 가물가물;;
음식은 나쁘지 않았다.
모든 식사에 올리브와 모로칸샐러드는 필수메뉴.
식사를 마치고 돌아다니는데 달팽이인지 골뱅이인지 모를 것을 삶아서 팔고 있는 노점을 발견!
작은 접시 하나 주문해서 먹어봤는데 왠걸, 정말 맛있었다.
비린 맛을 잡기 위함인지 강한 향신료(한약 냄새같기도)를 넣은 소스에 삶았는데 이것도 매력적이었다.
이제 그냥 발길닿는대로 걸으며 마을을 느껴볼 시간.
마을 중앙 광장을 지나서 골목으로 들어가본다.
오렌지나무가 심어져있는 정원도 소소하게 아름답다.
가죽공예로 유명한 곳이라 곳곳에 가죽제품을 팔고있다.
물론 정말 살 생각이 있다면 페스에서 구입하는 것이 저렴할듯.
여자들이 좋아할만한 아이템들이 무척 많다.
그래서 그런지 N의 눈이 파리눈처럼 360도 핑핑 돌아가는게 보였다.
악세서리 상점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N.
형형색색 염색염료도 여기저기서 팔고 있다.
색의 대비가 좋아 사진찍기 좋은 소재.
골목마다 비슷한듯 조금씩 달라 구석구석 찾아들어가보는 재미가 있다.
아마도 여행기간이 충분히 남은 상태였다면 우리도 이 곳에서 한살림 장만했을 것 같다.
하지만 여행 끝물이라 하는 수 없이 발길을 돌릴 수밖에.
사지도 못하는거 사진이라고 찍을래.
나도 찍어주라.
곳곳에 열려있는 포도들.
햇살이 강하니 포도를 재배하기 좋은 조건인 것 같다.
모로코가 이슬람 국가가 아니었다면 아마 이 곳을 중심으로 곳곳에 유명한 와이너리가 들어서지 않았을까.
쉐프샤우엔 스냅사진찍기는 계속되고 있다.
나는 그저 사진사일뿐.
넌 참 좋겠다. 개인 포토그래퍼 데리고 세계일주도 다녀오고.
쉐프샤우엔은 골목들이 좁기도 하고 건물은 3층정도의 높이를 하고 있어 햇살이 잘 안들어와 사진찍기는 썩 좋지 않았다.
좋은 사진을 찍으려면 부단히 돌아다니면서 해가 적당히 들어오는 지점을 잘 찾아야할 것 같다.
이번 컨셉은 '웃음'.
우리 부부는 웃는가 하나는 둘 다 잘하는 것 같다.ㅋㅋ
집에 돌아오는 길에 구멍가게에 들러 과자와 물을 사고선
숙소로 돌아와 옥상의 주방에서 라면을 끓여먹었다.
나름 깔끔하게 관리되고 있는 주방.
옥상 테라스에서 보이는 쉐프샤우엔 전경.
가만히 보면 접근이 쉽지 않은 정말 작은 산간마을인데 파란 벽을 컨셉으로 관광객들을 불러모은 대단히 이색적인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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