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urope/Bosnia Herzagovina

[D+139] M: 모스타르에서 사라예보 당일치기 렌트카 여행, 이슬람과 카톨릭의 만남

by Getachew 2018. 2. 23.

이유부부 세계일주 D+139

29th.Sep.2017. At Sarajevo, Bosnia Herzegovina




모스타르에서의 세 번째 날이 밝았다.

오늘은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의 수도인 사라예보까지 렌트카로 다녀올 예정.

어제 갔던 곳들 보다는 좀 멀다. 

편도 130km정도로 초행길임을 감안하면 두시간반정도는 잡고 출발해야 한다.





구글맵으로 확인해보니 2시간 8분 걸린다고 한다.

물론 초행길이니 더 천천히 가게 되겠지.

그래서 아침 일찍부터 준비해서 나왔다.

우리 부부는 보통 한 도시에 머물게 되면 열두시 넘어 나오는 일이 허다한데

크로아티아에서부터는 이상하게 늦잠을 잘 여유가 없네.

늦잠을 좋아하는 N이 남편 잘못만나 고생이 많다.





모스타르를 출발해 사라예보로 가는 길.

아주 빼어난 경치는 없고 그냥 좀 색다른 느낌의 드라이빙이다.





사라예보 시내로 진입했다.

차가 많아지기 시작하고, 조금은 촌스러운 디자인의 트램도 보인다.

아직은 여느 동유럽 도시와 다를 바 없는 느낌.





시청사 건너편의 유료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렌트카 여행의 고민거리는 항상 주차 문제.

그래서 항상 출발 전 주차를 어디서 해야할지 알아보고 출발하곤 했다.

이 주차장은 후불제로 시내를 3-4시간정도 둘러보고 나오면서 6마르카(4200원) 지불했던 것 같다.





주차장에서 보이는 시청사 건물.

이슬람과 카톨릭이 묘하게 믹스된 느낌이다.

발칸의 오래된 건축물들은 이렇듯 종교가 혼합된 느낌을 주는데

그 동안 겪어왔던 다사다난한 역사를 말해주는 듯하다.





근데, 날씨가...

날씨가 너무 춥다.

모스타르는 반팔 입고 다녀도 될 정도로 따뜻했는데

고작 130km 조금 북쪽으로 왔다고 이렇게 춥다니...

예상못했다. 

그래서 우리는 내내 부들부들 떨면서 다닐 수밖에 없었다.

항상 날씨 체크하는 버릇을 가지자. 

하루 방심하면 감기에 걸려 여행을 망칠 수 있으니.





그래도 나는 추위를 좀 덜 타는데 N이 무척 고생했다.





사라예보 구시가로 진입하면 갑자기 이런 오래된 골목이 나온다.

좁은 골목 양 옆으로 레스토랑들과 보스니아 커피를 파는 카페가 보인다.

우리는 무슬림 구역 쪽으로 먼저 와서 그런지 분위기가 모스타르와 비슷하다.

터키에서 주로 볼 수 있는 그런 분위기.

카톨릭 유럽 도시 풍경들이 그렇듯 무슬림 골목들도 공통된 분위기가 있다.

그 안에서 각자의 개성을 조금씩 보인다고 해야할까.





각종 기념품 상점들도 보인다.

오늘은 날씨가 좀 꾸물꾸물하네.

비 오면 안되는데.





이 곳에서 구리로 만든 쟁반 모양의 마그넷도 하나 샀다.

세계 각 도시의 마그넷을 모으는 우리 부부는 

인도에서 한 번 짐을 집에 보냈는데도 벌써 마그넷만 한 짐이다.

남은 여행기간동안 쇼핑은 좀 신중해야 할 듯.





사라예보 구시가 광장.

비둘기가 엄청나게 많고, 그 주변에 노천카페들이 있다.

N은 사라예보에서 찍은 모든 사진에서 저렇게 오들오들 떨고 있다.ㅋㅋㅋ





걷다보니 이슬람 사원에서 기도하는 모습이 보인다.

밖에서 창 안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N.





기도소리는 시끄럽지만 어쨌거나 나도 모르게 경건해지는 느낌.





이슬람 구시가 특유의 분위기





하지만 갑자기 이렇게 보도블럭의 색깔과 골목 분위기가 반전되는 지점이 있다.





Sarajevo meeting of cultures.

양 문화가 만나는 곳.

이 곳에서부터는 더 이상 이슬람이 아닌 카톨릭 구역이다.

건물 분위기도 180도 바뀌었고, 사람들도 다르다.

이런건 정말 신기하기도 하고 잘 보존된 문화유산이기도 하다.


예전에 이스라엘 예루살렘에 여행했을 때는 구시가가 무려 4구역으로 나뉘어있었는데,

여긴 그래도 두 구역이라 좀 나은건가.





카톨릭 구역으로 들어오니 다른 도시를 여행하는 기분.





이제는 이슬람 사원이 아니라 교회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좀 더 걸어오니 이쯤에서 구시가가 끝난 듯하다.

주변을 돌아서 좀 더 걸어볼까.







오래된 도시다운 느낌.

동유럽 특유의 차갑고 삭막한 느낌도 있다.





날씨가 추워 몸도 좀 녹이고 화장실도 갈 겸 가까이 있는 쇼핑몰에 들어가봤다.

살만한건 별로 없네.

이것저것 브랜드는 많았던 걸로 기억한다.





구시가 바깥쪽으로 나와 걸어본다.

이쪽 나라들은 벽면에 낙서가 참 많다.

어려운 나라들에서 주로 보이는 특징적인 모습 같기도 하다.





촌스러운 디자인의 트램도 보이고(개인적인 생각)






다시 구시가로 들어와 이곳저곳 구경을 했다.





오래된 도시들은 땅만 파면 이렇게 유적지가 나와

개발이 두렵다고들 하는데 참 낯선 모습이다.

우리나라도 요새는 땅파다가 유적이 나오면 유적을 나름 보존한 채로 건물을 만들기도 하는데

이런 접근은 참 좋아보인다.





풀프레임 미러리스로 셀피를 찍으려면 팔뚝에 근육이 많아야 한다.





돼지를 통으로 구워서 파는 레스토랑.

보스니아 전통 음식 중에 저런 음식이 있다고 한다.





시계탑이 있는 메인광장으로 다시 돌아왔다.

배가 너무 고파 근처 식사할 곳을 찾기로 했다.





한 칸짜리 조그마한 패스트푸드점인데 그냥 걷다가 우연히 들어와보았다.





가격도 엄청 저렴하고 메뉴도 저렇게 단촐함.

근데 패스트푸드라며...

요리가 나오는데 왜 40분이나 걸렸어요 사장님?





근데 대박 반전!

이거 진짜 핵맛있다. 

동유럽 와서 먹은 음식 중에 가장 맛있었던 것 같다.

그냥 밀가루 빵 안에 고기 양파 넣은 것 뿐인데

육즙 가득한 고기에 입혀진 불향과 후추의 절묘한 조화,

양파의 아삭하면서 달콤한 식감.

쫄깃한 듯 고소한 빵 안에 들어가니 패스트푸드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맛이 난다.

아직도 생각만 하면 입에 침이 고이네.





그리고 N이 주문한 크림소스 피자도 진짜 맛있었다.

시장이 반찬이라고 배가 고파서 그랬나?

다음에 사라예보에 또 올 일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어떻게든 찾아서 다시 와보고 싶은 곳.





그리고 보스니아 커피가 유명하대서 근처 카페에 한 번 와봤다.

가격은 1마르카 정도로 무척 저렴하다.

대신에 양도 무척 적다.

이탈리아 애들이 에스프레소 마시는 것처럼 마시나보다.





터키쉬커피와 비슷한 느낌.

설탕 넣어서 한 모금 마시고 옆에 같이 주는 로쿰(터키식 젤리)을 먹으면 꿀맛이다.





나와서 앤티크 소품 구경도 좀 하고

구리 쟁반을 사려고 했는데 너무 무거워서 포기;;;

여기는 상점 안에서 주인이 직접 저런 것들을 만들고 계셨다.

레알 핸드메이드.





다시 주차장으로 돌아와 130km를 달려 모스타르로 돌아왔다.

역시 집이 최고다.

3일째인데 내집같은 느낌.





오늘 저녁은 닭죽이다.

피곤할 때는 닭 한마리 푹 고와서 죽 끓이면 그게 바로 약이지.

이렇게 보스니아에서의 마지막 밤이 흘러갔다.


다시 와보고싶은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아련한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