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부부 세계일주 D+132
22nd.Sep.2017. At Ohrid, Macedonia
생각보다 느낌이 너무 좋은 마케도니아 오흐리드.
약간 쌀쌀해진 날씨 탓에 피죤향 나는 이불을 머리 끝까지 덮고 자니 천국이 따로 없었다.
그동안 너무 더운 곳을 다닌 탓에 매일 에어컨을 틀어놓고 자서 양쪽 팔이 너무도 시렸었다.
예전에 엄마가 나이들면 여름에도 팔이 시리다고 긴팔을 입었던 것을 이해할 나이가 된걸까...ㅠㅠ
커피를 한 잔 하며 밀린 블로그를 딱 하나 업로드하고나서 숙소를 나섰다.
너무나도 맑고 파란하늘.
이미 오흐리드 호수가 보이는 광장 앞 카페에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오흐리드 광장
오흐리드 메인 거리
오흐리드는 아주 작은 마을이라 반나절이면 다 둘러볼 수 있다.
이 곳 오흐리드에서 오늘 할 일은 바다같은 오흐리드 호숫가를 배회하며 멍때리는 것~
물이 굉장히 맑고 투명하다.
그래서 송어가 맛있기로 유명함.
오흐리드 호숫가의 우드데크를 따라 산책하다보면
마음이 정말 평온해진다는 ♡
오흐리드 호숫가를 따라 나무로 데크를 조성해놓았다.
이 곳 오흐리드에서 한 달 쯤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여행하면서 한 달 정도 살아볼만한 도시 순위를 매겨보고 있는데,
오흐리드도 순위권이 예상된다.ㅎㅎ
지금은 날씨가 많이 덥지 않아 호수에서 수영하는 사람들이 없지만,
한여름의 오흐리드 호수에는 일광욕을 즐기거나 수영하는 사람들이 엄청 많다고 한다.
바다같이 넓은 호수에서 수영하는 기분은 어떨까?
꼭 다시 와야 할 곳이 하나 더 생겼다.
이번 여행에는 최대한 많은 곳을 둘러본 후 세상에 어떤 좋은 곳들이 있는지 파악만 해두고,
다음 여행 때는 그 중 좋았던 몇몇 곳에 길게 눌러앉아보기로 약속했다.
햇빛이 따뜻하고 좋다.♥
호수가를 따라 걷다보면
주변으로 멋진 레스토랑이 즐비하다.
여름이면 레스토랑 손님들에게 썬베드를 대여해주기도 하나보다.
우리는 그 중 나름 인기 레스토랑이라고 알려진 Kaneo Restaurant를 방문했다.
호숫가에 위치해 전경이 매우매우 뛰어나다.
오늘 메뉴를 바로
너희들이야!!!
깨끗한 오흐리드 호수에 사는 작은 물고기,
그래~ 너희를 튀겨먹을거란다.
주문하자 마자 바로 튀겨져 나온 작은 생선튀김
정말정말 너무너무 맛있다.
사실 저 물고기 때문에 오흐리드에 살고싶어 ㅋㅋ
그리고 M이 주문한 소고기요리.
4가지나 주문했는데도 저렴한 물가 덕택에 기분이 더 좋아졌다.
생선냄새를 맡고 기가 막히게 모여드는 냥이들.
미안하지만
우리가 다 먹을꺼야~~~
미안하지만 너희들껀 없단다.
너무나도 예쁜 오흐리드호수.
짧은 일정이 아쉬워지는 순간이다.
맛있게 식사를 끝내고
또 호숫가를 따라 걷는다.
오흐리드 호숫가를 따라 걷다보면
오흐리드호수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성요한 카네오 교회(Church of St.John at Kaneo).
이 곳에서 보는 오흐리드호수의 경치가 참 멋지다.
언덕 올라오는 길에 꿀벌에게 손가락을 쏘인 M
점점 붓기 시작하더니 손가락이 굽혀지지 않는다고 난리다.
다행히 본인이 의사선생님이시라 스스로 진단하고 치료한다.ㅋㅋㅋ
그 뒤로 윙윙거리는 벌만 보면 줄행랑을 치는 M.
ㅋㅋㅋㅋㅋ
저때까지만 해도 별거 아니였는데 하루가 지나고 M의 손이 헐크처럼 엄청 커졌더랬지...ㅠㅠ
맵스미를 보면 근처에 오흐리드 사무엘 요새가 있다.
아마도 우리는 뒷길로 온듯한데...
긴가민가 한 길을 계속 올라가다 보니 드디어 사무엘요새(Samoil's Fortress) 도착!!
웅장한 요새 입구
입구의 허름한 박스에서 입장료를 받는다.
그리고 학생 할인이 된다.
난 학생증이 있지~
성인 60디나르였던 것 같다. 학생은 반값정도.
사무엘 요새에 오르면 오흐리드를 거의 360도로 내려다볼 수 있다.
이 곳 경치도 정말 아름답다.
손가락이 계속 신경쓰이는지 자꾸 쳐다보는 M
오흐리드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예쁜 주황색 지붕들~
두브로브니크나 코토르를 아직 가지 않았지만
아마 이런 느낌과 비슷할거같다.
오흐리드 국기도 펄럭펄럭~
국기를 왜 저런 모양으로 만들었는지.
자꾸 욱일기가 생각나서 별로다.
광각렌즈로 넓게 찍어봤다.(물론 M이)
이제 숙소로 내려가는 길~
내려가다보면 고대 그리스식 원형극장도 만나볼 수 있다.
실제로 여름철에는 이 곳에서 각종 공연도 열린다고 한다.
숙소 근처 카페에서 달달한 디저트를 흡입하며 다음 일정을 짜본다.
원래 우리의 오흐리드 일정은 최소 3박 후(오흐리드 도착후 너무 마음에 들어 4박, 5박도 하고싶어짐)
몬테네그로 코토르로 가는 일정이었다.
하지만 비수기로 넘어오면서 오흐리드에서 코토르로 가는 직행 버스노선이 없어졌다는 비보를 접했다.
원래 1주일에 세 번 운행하는 버스가 있는데, 9월중순까지만 운행한단다.
지금은 9월말, 버스가 중단된지 며칠안된거였음.
이 버스를 타지 못하면 알바니아 티라나를 경유해서 가거나 다시 스코페로 돌아갔다가 가야되는데,
사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시간이 그리 충분하지 않았다.
그래서 여러 여행사를 찾아가 알아보니 사설로 사람을 모아서 새벽에 출발하는 미니밴이 있단다.
근데 그 시간이 바로 내일로 넘어가는 새벽 두시 출발!!
우리는 할수 없이 예상치 못하게 내일 새벽 오흐리드를 떠나야 하는 슬픈 현실을 마주하게 되었다.ㅠㅠ
정말 가기 싫다요ㅠㅠ
너무나도 마음에 들었던 곳인데...
숙소로 돌아와 조금 이른 저녁식사를 했다.
고추장찌개로(이때까지만 해도 고추장찌개가 불러올 대형참사를 난 알지 못하였지)
맛은 기가 막혔던 고추장찌개
새벽 두시 출발이라 미리 짐을 싸두고 조금 잠을 자둬야 했다.
어설프게 잠이 들랑말랑하다 M이 깨우는 소리에 겨우 일어남.
이때부터 배가 부글부글하고 속이 안좋더니
오랜만에 먹은 고추장찌개가 문제였나보다.
걱정을 안고 숙소를 나서 약속된 장소로 나가 기다렸다.
오흐리드 새벽공기는 무척이나 차가웠다.
그 사이 뱃속에서는 마치 전쟁이 난 것처럼 부글거리고 쾅쾅거렸다.
기다리는 차는 계속 오지 않고 있다. (30분째ㅜㅜ)
차가 오면 근처 주유소 화장실이라도 가게 해달라고 할려고 했는데,
하얗게 질린 나를 보며 M은 더 하얗게 질림.ㅋㅋ
어두워진 오흐리드 시내를 두리번거리더니 도저히 화장실이 없다며 참을 수 있겠냐는 소리만 계속 해대던 M.
그래서 참을 수 없다고 대답했다ㅋㅋ
지금은 웃고 있지만 저 때 상황은 정말 심각했다.
사실 나는 배변욕구를 잘 참을 수 없어서,
아니 잘 참지 못해서(한번 마렵다고 생각하면 20분 내로 해결해야 함.ㅋㅋ)
그런 나를 잘 알고 있는 M이 제일 걱정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그래서 원래는 버스타기 전에 금식하는데...
왜 나는 고추장찌개에 밥을 싹싹 비벼 먹었을까!!
왜 그런 나를 M은 말리지 않았을까...!!
하염없이 버스를 기다리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차는 계속 오지 않고 (한시간 가까이 기다림)
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M에게 말도 않고 오흐리드 은행 앞 풀숲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M에게 내 신세를 한탄했다.
남편이라는 놈이 세계여행 한답시고 나를 이렇게 고생시키더니
이제 지구 반대편 길바닥에 X까지 싸게 만든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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